옥잠화
― 정석봉
뒤뜰에 맺히는 한 송이 방망이
하얀 기억이 솟아오른다 뭉게뭉게
구름 피는 날, 두들기던 빨래
시어머니의 구박에 구겨졌던 홑청이
배냇짓으로 말끔히 펴지고
헤프게 불어오는 실바람에
풀 먹인 시집살이가 실려 온다
볼멘소리 숨겨주던 다듬이 소리는
초록 다듬잇돌 등살에서
바삭바삭 익어간다
늦더위 햇살에
까맣게 잊었던 그리움이
꽃대에서 또가닥 또가닥 쏟아진다 이제는
잔소리도 내려놓으시고
한 잎의 선산아래
긴 꽃잠을 주무시는 그믐밤
흘기던 눈빛만 처녀자리에서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