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사의 사계

9월이오면

구경사 0 816
이채 / 시인


9월이오면/이채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 향기에 실려 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



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을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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