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누구에게 말하는지도
구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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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07:51
왕은 누구에게 말하는지도 모르게 "오래 보아서는 안 된다. 급히 해도 안 된다. 원망은 원망이 사라질 때에 끊어져서 가라 않느니라.,, 혼잣말로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며 외쳤다. 그리고 무참하게 교수대에 메달려서 사형(死刑)을 당하고 말았다. 그 뒤에 장생 태자는 다만 한 길로 주야(晝夜) 일념(一念)으로 복수의 길을 찾았다. 어느해 그에게 복수의 기회가 닥쳤다. 범달왕의 고용인으로 들어가게 되어 원수인 왕과 접근하고 그의 친임(親任)을 얻게 되었다. 커가는 태자요,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태자라 범달왕은 원수의 아들인 줄을 알 리가 없었다. 충성 정직한 태자를 그대로 믿고 시종 무관(始終武官)으로 명하고 나의 적(敵)은 장생 태자가 있을 뿐이니 언제든지 내 몸을 호위하여 장생 태자만 막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어느 봄날에 사냥을 나가도록 명령을 내렸다. 장생 태자는 생각하되, "오늘이야말로 나의 목적을 달성할 때가 왔구나,, 하고 왕을 모시고 나갔다. 많은 호위병으로부터 왕을 꾀어 내어 다만 왕 한 사람만 데리고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서 돌려 냈다. 왕은 피곤했다. 다만 외딴 산골에서 두 사람만 앉아 쉬게 되었다. 왕은 신임하고 있는 장생 태자인 청년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 잠이 들어도 깊이 들었다. "이제야말로 때가 왔구나,,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가만이 자기 무릎을 빼고 일어나서 칼을 뽑아 왕의 목을 베려고 하였다. 이 순간 아버지 임종 때에 하시던 말이 귓가에 역력하게 소생하여 들려와서 손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몇 번이나 용기를 내어서 왕을 죽이려고 하였으나 역시 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이 나타나며 원수를 갚지 못하게 되어 목적을 달성 할 수가 없었다. 이 때에 잠이 들었던 왕은 전신에 땀을 흘리며 놀라 일어나서 눈을 뜨고, "지금 내가 장제왕의 아들인 장생 태자에게 목이 달아날 뻔한 무서운 꿈을 꾸었다,, 고 말한다. 장생 태자는 왕을 넘어뜨려 짓누르고 칼을 들어 휘저으면서, "아제야말로 오랫동안을 원수를 갚고 원한을 설치(雪恥)할 때가 왔다. 내가 장재왕의 아들인 장생 태자이다. 나를 알겠느냐? 똑똑하게 보아라.,, 하였다. 범달왕은 청천 벽력을 만난 듯이 놀라서 그만 졸도하고 말았다. 장생 태자가 칼로 치려다가 다시 돌아가신 부왕의 유언이 생각나서 치지 못하고 범달왕을 잡아 흔들어 일으켰다. 범달왕은 "내 목이 붙었느냐, 떨어졌느냐? 내가 죽은 사람이냐? 성한 사람이냐?,, 이와 같이 헛 소리를 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놀랄 것 없소이다. 용서 하십시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서 살려드리겠나이다.,, 장생 태자는 칼자루를 내던지고 범달왕 앞에 꿇어 앉아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때 왕은 놀라서 일어나 앉아서 장재왕의 임종때 유언이란 말을 듣고 크게 감동하여 서로 잘못을 말하고 서로 죄를 용서하였다 그래서 범달왕은 왕궁으로 돌아가고 장생 태자는 자기 나라를 찾아서 부왕의 뒤를 이어서 왕이 되었다. 그래서 그 뒤로부터 두 나라는 평화가 계속 이어졌다. 이에 정재왕이 임종시에 말하되, 오래 보아서 아니 된다고 한 것은 원한을 오래 계속하지 말라는 것이요, 짧게 급히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은 우정(友情)을 급히 깨뜨리지 말라고 이른 것이다. 원한은 본래부터 원한에 의하여 가라앉는 것이 아니요 원한을 잊어버리는 데 의하여 가라앉는 것이다. 화합의 교단에 있어서는 시종 일관하여 이런 이야기에 정신을 차려서 음미(吟味)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일은 교단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도 이것은 똑같은 일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