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이 들었을 때 죽고
구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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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10:33
병(病)이 들었을 때 죽고 싶지 않다고 하여 기도 (祈禱)에 의지하여 재생(再生)을 꾀한다거나 신(神)에게 바쳤던 정수를 마시고 부적(符籍)을 태워 먹어도 보고 언제쯤 쾌유될 것이냐고 점을 쳐보는 것은 다소 정신적인 효과와 위안은 되겠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고 표면적일 뿐, 죽을 사람이 죽지 않는 해결책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도 장사가 잘되게 해달라고 빌고 가정을 편안케 해달라고 빌고 하는것은 오히려 동정할 수가 있다. 그러나 도박장에서 돈을 많이 따게 해 달라든지, 미인(美人)이 줄을 서서 따라다니게 해 달라든지, 미운 놈에게 벌(罰)을 내려 달라든지, 입학 시험에 붙게 해 달라든지, 벼슬이 영전하거나 국회의원 출마에 낙선되지 않게 해 달라고 하는 것 등은 신성한 종교의 유풍(遺風)으로 볼 수는 없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잘못된 미신의 폐단인데, 유감스럽게도 오늘날까지 이 어리석은 부작용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사실과 기대가 모순되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서 가족 가운데 병든 사람이 생기면 악령(惡靈)이 붙은 것이라 하여 약(藥)을 쓸 줄 모르고 귀신을 쫏아내는 푸닥거리를 하였고 천변지이(天變地異)가 일어나면 신령(神靈)이 노(怒)한 것이라 하여 신제(神祭)를 지내기도 한다. 또 심한 장마가 지거나 가뭄이 계속하여 오곡이 타들어가면 이것이 모두 신령의 벌이거나 악마가 그러는 것이라 하여, 공희(供犧), 기도(祈禱), 축원(祝願) 등의 신제(神祭)를 지내어 자기들 형펀에 좋도록만 해 달라고 빌었던 것이다.가장 야만적인 원시 종교(原始宗敎)에서는 다른 종족(種族)과 전쟁을 할 때, 자기들이 사령(死靈)의 보호를 받기 위해 생모(生母)를 죽여서 인신 공양(人身供養)을 올린 종족도 있었다고 한다. 다소 개명(開明)한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런 참혹한 일은 없으나 다른 종족과 전쟁을 하게 될 땐 신에게 전승기도(戰勝祈禱)를 하고 자기들에게 이롭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간의 사실과 기대와의 사이에 모순되는 문제들은 신을 통한 타력적(他力的) 신앙에 의해 해결하려고 하였고, 또 그렇게 자위하여 왔었다 현대에 고도로 발달된 종교로서도 타력적 신앙의 보호를 받고자 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는 종교가 없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