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병(病)은
구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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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08:09
이 사람의 병(病)은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 감각을 잘못 인식하여 공적(空寂)한 지각(知覺)을 삼아서 황홀하게 비추는 광영문두(光影門頭)에 앉아 있음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체(心體)가 망념(妄念)을 잃고 있음을 알지 못하면, 곧 보고 듣고 깨닫는 데 굴려진 것을 면치 못하는 것이니, 법(法)이 삼세(三世)를 잃은 것이라, 인과(因果) 가운데서 생각을 비우고 스스로 비추어서 한 생각을 비우고 스스로 비추어서 한 생각의 연기(緣起)가 본래 남이 없다는 것을 믿으라. 그러나 무명(無明)의 힘이 커서 그 뒤로부터 길이 길러서 보림(保任)하여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번뇌(煩惱)의 어지러움은 본래로 따라 일어나는 것이 없이 진리(眞理)를 흐려 놓고 문득 일어난다. 만일 번뇌의 어지러움이 구분이 없음을 알게 되면, 곧 허공의 꽃(공화 = 空花)과 같은 삼계(三界 = 欲界. 色界. 無色界)가 바람이 불어서 연기를 걷히게 함과 같다. 그러나 이 마음은 비록 보통 사람과 성현(聖賢)이 다 같이 가지고 있으니 과(果)가 나타나면 믿기가 쉽고 인(因)이 숨어지면 밝히기 어려우므로, 천식(淺識)의 무리는 인(因)을 가볍게 여기고 과(果)를 무겁게 여기니, 모든 도반(道伴)은 깊이 자심을 믿어서 스스로 물러나 굴하지 말고 스스로 존대하여 높이지도 말라. 깨친 사람은 곧 마음을 볼수 있으나 희미한 사람은 오랜 세월을 두고 닦기를 기약한다. 경(經)의 이치는 비록 곧 깨칠 수 있으나 번뇌 망업(妄業)의 습기로 싸인 사상(思想)은 곧 제하지 못하는 것이라 하고 또 문수 보살(文殊菩薩)은 연기를 밝혀 안다 하였으니 깨달음의 성품이 닦음을 원인으로 나지 않음을 잘 알면 정지견이라 한다. 대도(大道)는 마음을 근본으로 하고 마음의 법(法)은 끝이 없는 것을 근본으로 한 것이니, 끝이 없는 심체(心體)는 똑똑히 알아서 희미하지 않아 성품과 모양이 고요하여 덕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고덕(古德)이 다만 그대의 눈이 바른 것을 귀하게 여기고 밟아온 길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였고, 또 만일 번뇌의 성품이 공하고 마음의 성품이 본래 깨끗함을 얻지 못하면 깨친 것이 깊지 못한 것이니, 닦아 수행(修行)함이 어찌 진리에 합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마음을 흐리게 하고 도를 닦는 것은 다만 무명 번뇌를 돕는 것 뿐이라고 하였다. 또 능히 자기 마음을 달성하지 못하며 어찌 정도(正道)를 알았다고 할 수 있을까? 먼저 닦은 뒤에 깨치는 것은 공(功)이 있는 공이니, 공이 생멸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먼저 깨치고 뒤에 닦는 것은 공이 없으되 공이 되는 것이니 공을 헛되이 버리는 것이 아니니 스스로 깨치고 수행하되, 잘 관찰함이 없으면 꼭두각시를 놀리다가 실이 끊어져 동시에 쉬는 것과 같다. 법(法)은 본래(本來) 얼힘이 없는 것이니 어찌 씻을 것이 있을까? 중생의 마음을 버리려 하지 말고 자기의 성품을 더럽히지 말라. 일부러 바른법(정법 =正法)을 구하는 법도 잘못된 것이니 한 생각의 감정에서 생기는 생각이라도 나면 곧 다른 악도에 빠질 것이며, 송장을 지키는 귀신이라고 할 것이다. 번뇌를 끊는 자는 이름이 이승(二乘)이고, 번뇌를 내지 않음은 이름리 큰 열반(涅槃)이다. 죽이고 도둑질하고 음행(婬行)하고 거짓 말함이 한마음으로 일어난 줄로 자세히 관찰하면 일이 생긴 그 자리가 고요한 것이니 어찌 다시 끊을 것이 있을 것인가? 그 진상을 알지 못하면 번뇌의 도둑이 곧 침범하는 것이니, 그 공한 것을 통달하지 못하면 영원토록 끊지 못할 것이다. 경(經)에 무명 번뇌가 본래 공한것 이니 이런 이치를 깨쳐서 한 생각을 내지 아니하면 영원히 무명 번뇌를 끊음이 된다. 하였다. 또는 끊고 끊되, 끊음이 없고 닦고 닦되 닦음이 없다 하고, 또는 생각이 일어날 때 곧 깨침이라 하였다. 선덕(善德)이 도(道)를 닦는 것은 거울을 갈아 빛이 나는 것과 같으니 비록 거울을 갈아야 하는 것이라고 하나 도리어 티끌을 가는 것이 된다 하였으니, 수도는 망령된 것을 내보내는 것이며, 팔고(八苦)와 오욕(五欲)을 당했을 때 마음이 일월(日月)과 같으면 천당(天堂)과 지옥(地獄)이 거두어 들이지 못할 것이니 마음이란 만 가지 형상의 모범이고 업(業)이란 것은 한 마음의 그림자라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