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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구경사 0 166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곳에서 알려고 하지도 말고, 생각으로 추측하지도 말며, 또한 희미한 것으로도 깨닫기를 기다리지도 말며, 틀림없이 생각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갈바가 없는 것이 마치 늙은 쥐가 쇠뿔 속으로 들어간 것과 같아서 문득 거꾸러지고 끊어질 것이다. 또한 대수롭지도 않은 것에 맞나, 안 맞나를 견주어 보는 것도 이 식정(識情)이며, 나도 죽는 생사에 따라 흘러갈 뿐리라고 생각함도 이 식정이며,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며 갈팡질팡하는 것도 이 식정이다. 지금 사람들은 이것이 병인 줄 알지 못하고 함께 이 속에  사료 잡혀 두출 두몰(頭出頭沒)할 뿐이다. 대체로 이 일은 모기가 강철로 만들어진 소(철우=鐵牛)등에 앉아서 피를 빨아먹되, 다시 어쩔지를 묻지 않고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내놓고 한번 뚫고 들어가는 것과 같다. 공부는 거문고 줄을 고를 때 팽팽하지도, 늘어지지도 않은 그 가운데를 취하여 소리가 잘 나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공부도 너무 부지런히 하면 집착에 가깝고 게을리하여 잊어버리면 정신없이 진리에 어둡게 되는 것이다. 언제든지 정신을 차려서 깨끗하고 또럿하고 긴밀하게 주의하고 가늘게 실 꾸러미를 풀 듯 계속하라. 공부가 걸어가는 데도 겯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는 줄 모르는 데 이르면 8만 4천의 마군의 무리가 육근 문두(六根門頭)에 살피고 기다리고 있다가, 모든 나쁜 장난을 일으키니 만일 마음을 세우지 않으면 마군인들 어찌할 것인가. 일어나는 마음은 천마(天魔)며, 일어나지 않는 마음은 음마(陰魔)며, 혹 일어나기도 하고 일어나지 않기도 하는 것은 이 번뇌마(煩惱魔)이다. 그러나 우리의 바른 법(정법 = 正法) 가운데는 이러한 일이 없다. 공부가 만일 잘 되어 한 조각을 이룬다면, 비록 금생에 환하게 깨침을 얻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죽게 되어 안광이 땅에 떨어질 때에 (안광락지시 = 眼光落地時) 악(惡)한 업(業)에 끌리어 지옥(地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니, 이 법에 친절히 돌이켜 비추는 공이 있어 스스로 즐기며 머리를 끄덕이는 자라야 비로소 말할 자격이 있고, 마음이 목석(木石)같은 자라야 도를 배울 자격이 있다. 대체로 참선을 하는 자는 항상 생각하되, 사은 (四恩 : 父母恩. 國家恩. 師長恩. 衆生恩)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는가? 사대(四大 : 地. 水. 火. 風)로 생긴 추한 몸이 생각하는 사이에 쇠하고 썩게 됨을 아는가? 사람의 목숨이 호흡하는 사이에 있음을 아는가? 생래에 부처와 조사를 만나 본 일이 있는가? 무상(無常)한 법을 듣고 즐거운 마음을 낸 일이 있는가? 공부하는 승당(僧堂)을 여의지 않고 절개를 지키었는가? 곁에 있는 도반(道伴)들과 잡담이나 하지 않았는가? 수선스렵게 남의 시비나 하지  않았는가? 사람과 말할 때 끊임없이 안 했는가? 이야기를 하되, 대낮에 밝게 하여 작은 말이나 하지 않았는가? 보고 듣고 느껴서 깨달을 때에 공부가 잘돼 한 조각을 이루었는가? 자기를 생각하고 부처와 조사를 잡아 항복받을 만한가? 금생에 부처의 법을 이을 만한가? 또한 이 생에 태어난 공덕으로 얻은 몸의 윤회(輪廻)를 해탈(解脫)할 수 있겠는가? 팔풍을 당하여 마음이 동하지 않고 있는가? 일어나고 앉음이 편리할 때에 오히려 지옥고를 생각하고 있는가? 이것이 곧 참선 공를 하는 사람의 일상 생활에 점검하는 도리이니 고인이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할 것인가 하였다. 위에서 말한 법설(法說)은 사람이 물을 마심에 차고 더운 것을 스스로 아는 것과 같으므로, 총명한 자가 업(業)을 대적하지 못하고 마른 지혜(간혜 = 乾慧)가 고해(苦海)의 윤회(輪廻)를 면하지 못하는 것이니, 각각 살피고 생각하여 결단치 못하고 머뭇거림으로써 스스로 속지 말라 함이다. 말을 배우는 무리는 말할 때는 깨친 것과 같으나 경계에 대하여서는 도리어 희미하니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자이다. 깨침이 매우 깊지 못한 자는 비록 날이 맞도록 안으로 비춰보나 항상 깨끗하고 결백한 데 얽히는 것이 되고, 비록 만물의 경계가 허망한 것을 관찰하나 항상 경계에 얽히는 것이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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