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밤에는
구경사
0
310
01.17 09:57
어떤 사람이 밤에는 연기가 나서 맵고 낮에는 불이 타올르는 개미집을 발견하고, 훌륭한 사람의 현자(賢者)에게 그러한 말을 한즉, 그러면 호미를 가지고 그 개미집을 파보라고 가르친다. 가르치는 대로 개미집을 파보니. 처음에는 문빗장이 나오고 다음에는 물거품이 나오고 다음에는 사람을 찌르는 두 갈래 창이 나오고 그로부터 상자(箱子)와 거북과 소잡는 사람의 칼과 한 점의 고기가 나온다. 그리고 최후에는 용(龍)이 나온다. 현자에게 이런 일을 말한 즉, "그러면 다른 것을 다 버리고 다만 용만 그대로 남겨 두어라. 그리고 용을 방해하지 말고 용을 숭배하라,, 고 가르쳤다. 이것은 비유인데, 여기에 개미집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육체인 몸이요, 낮에 한 일을 밤이 되어서 여러 가지로 생각 하고 기뻐하고 뉘우치는 것을 밤에는 연기가 나서 맵다고 이르는 것이요, 밤에 생각한 일을 낮이 되어서는 몸과 입으로 실행하는 것을 낮에 타오른다고 이른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도를 구하는 사람이요, 현자(賢者)라는 것은 부처님을 가르킨 거이요, 칼이라 함은 맑은 지혜(智慧)를 가르킨 것이요, 깊이 파라고 권한 것은 잘 노력하여 공부하라는 것이다. 문빗장이란 것은 무명(無明)이요, 물거품이란 것은 성내는 것과 괴로운 것이요, 사람을 찌르는 두 갈래 창이란 것은 주저하고 불안한 것이요, 상자란 것은 탐(貪), 진(瞋), 치(痴)와 게으름과 뉘우침과 미혹한 것이요, 거북이라는 것은 마음이요, 소 잡는 칼이란 것은 오욕(五欲)을 가리킨 것이요, 한 점의 고기란 것은 즐거움을 탐하는 욕심이다. 이런 것들은 어느 것이나 이 몸의 독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 내버리라고 이른 것이다. 최후의 용이란 것은 번뇌(煩惱)가 다 떨어진 마음이니, 나의 몸의 근본을 파고 또 파서 나가면 필경에는 이러한 용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용을 파내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이므로 용을 그대로 두고 건드리지 말고 숭배하라고 이른 것이다. 우리 부처님의 제자인 빈두로존자(貧頭盧尊者)는 깨침을 얻은 뒤에 고향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교상미(憍賞彌)에 들어가서 노력하고 차츰 차츰 불종자(佛種子)를 심을 전지(田地)를 만들어 보려는 뜻을 가졌다. 앞에서도 인용되었지만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교상미의 교외(郊外)에 우타타림(優陀陀林)이라는 작은 유원지인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는 야자수(椰子樹)나무가 한없이 뻗어 있고, 큰 항하수(恒河水) 물이 양양(洋洋)하게 파도를 치고 있는데 서늘한 바람이 끊일 새가 없이 불고 있었다. 어느 날 빈두로 존자(賓頭盧尊者)는 뜨거운 볕을 피하기 위하여 서늘한 야자수 나무의 그늘을 찾아가서 좌선 공부(坐禪工夫)를 하고 앉아 있었다. 때마침 이날에 국왕(國王)인 우전왕(優轉王)이 궁녀들을 데리고 이 공원에 들어와서 관현악(管絃樂)의 풍류를 연주하고 술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다 피곤하여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잠이 들었다. 왕궁의 궁녀들은 왕이 잠든 틈을 타서 이곳 저곳을 찾아다니며 산책을 하다가 나무 그늘에 단정히 앉아서 공부하는 빈두로 존자를 보고 갈망(渴望)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그에게 설법(說法)을 청하고 그 설법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술이 취한 김에 한잠을 자고 잠이 깨어서 일어난 왕은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니 궁녀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의심을 일으킨 왕은 칼을 짚고 일어나서 사방으로 찾아다니다 보니 머리를 깎은 스님 한 분이 나무 그늘에 앉아 있고 궁녀들이 둘러 앉아서 설법을 들으며 웃고 있었다. 의심에 빠진 왕은 그만 질투심이 일어나서 큰 소리로 부르짓되, 나의 궁녀들을 가까이 앉이고 잡담을 하고 있으니 출가한 스님으로 될 말이냐, 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빈두로는 눈을 감고 잠자코 앉아서 말 한마디도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