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 공부란 것은
구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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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10:36
"인욕 공부란 것은 세상에 다시 없는 억울한 일이라도 잘 참고, 세상에 비할 수 없는 피해를 받더라도 잘 참는 것이 인욕(忍辱) 공부 이며, 인욕 공부의 결과는 필경엔 부처가 되는 일인가 합니다. 세상살이는 괴로운 것이고 속절없는 것이요, 그리고 무상한 것이고, 무아(無我)한 것입니다.,, 라고 근엄한 음성으로 말했다. 궁녀들은 이 수도인(修道人)의 설법(說法)에 심취되어 날이 저물어가는 것도 몰랐다. 대왕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좌우를 돌아보니 시녀들이 한 사람도 없는지라 화가 치밀어서 장검을 빼들고 성난 호랑이와 같이 이곳 저곳으로 돌아다니다가 보니 어떤 남자가 앉아서 무엇을 지껄이고 시녀들은 그 말을 듣느라고 정신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가리왕(迦利王)은 칼을 빼서 들고 달려가 소리쳤다. "너는 무엇을 하는 놈인데 이렇게 남의 시녀를 유인하여 놓고 함부로 지껄이고 앉아 있느냐.,, "저는 인욕 행자로서 인욕행(忍辱行)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또 이 여자들은 자기들이 스스로 찾아온 것이지 내가 유인하여 온 것은 아니며 나에게 무슨 공부를 하느냐고 묻기에 내가 공부하고 있는 진리(眞理)를 설명하여 주었을 뿐입니다.,, "건방지게 네가 인욕을 하는 자라고 하느냐? 내가 너의 몸을 갈기 갈기 찢어 놓아도 능히 견디겠느냐?,, "환(幻)과 같은 내몸이고, 바람과 같은 내몸이거니, 어찌 애착하리까, 사대(四大)가 허망하고, 오온(五蘊)이 원래 공(空)한 것(사대본허 오온본공 = 四大本虛 五蘊本空)이니 어찌 아낄 것이 있사오리까.,, 이말을 들은 대왕은 그 칼로 선인(仙人)의 수족(手足)을 베고 눈(안 = 眼)을 빼고 코(비 = 鼻)를 자르고 온몸의 살을 산산이 찢어 놓았다. 시녀들은 이 참극을 보고 오들 오들 떨면서 울고 있었다. 그러나 선인은 눈 하나 까딱하는 일도 없고 참느라고 애쓰는 빛도 전연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대왕은 도리어 공포에 질려 말하되, "내가 죄없는 선인을 이렇게 박해를 하였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하며 몸둘 바를 몰랐다. 이 때에 선인은 말하되, 대왕이여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셨습니까? 나의 인욕행이 거짓이 아니요, 진실된 것이라면 갈기 갈기 찟긴 이 사지 육체를 도로 부쳐 놓을 수도 있을 것이요, 인욕 선인의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제석 천왕 (帝釋天王)이 하강(下降)하여 산산이 찢어진 살점들을 붙여 주었다. 그러나 선인은 천신(天神)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도, 은혜(恩惠)스렵다는 생각도 내지 않았다. "이 인욕 선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랴, 나 석가모니(釋迦牟尼)의 과거 전신(過去前身)이니라. 여래(如來)는 이러한 원친(怨親)에 무심(無心)한 인욕행(忍辱行)을 실천(實踐)하였기 때문에 필경에는 성불(成佛)을 하였느니라.,, 고 하셨다. 이것을 보면 불교(佛敎)에서 악인 악과(惡因惡果)요 선인 선과(善因善果)로 돌리려는 노력이 어떠한 가를 알 만도 하다.